2012.09.29 19:02
만일 어른들에게 "장미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봤어요. 창에는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고요.."라고 말하면 그 집이 어떤집인지를 생각해 내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십만 프랑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야 참 멋진 집이 구나!"라고 감탄한다.
뉴스 단골 소재 중 하나가 아파트가격이다.
10억, 20억 아파트가격이 어쩌구 저쩌구.
지겹다.
세상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
겨우 그것이 전부인가.
아메바들이다.
높게 봐주어야 삼엽충들이다.
책 읽기를 좋아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어린왕자는 기억나지 않는 아주 어릴 적에 읽은 동화책들 중 하나였다.
10살 무렵부터 중학교 때는 장편소설, 고등학교 때는 칸트, 니체, 플라톤, 라즈니쉬 등 철학과 사상서적을 탐독했다.
어린왕자는 어린시절 읽은 동화책으로 알고 있었다.
사실 피터팬, 톰소여의 모험, 이솝이야기 등처럼 그다지 재미가 있지도 않았기에 뚜렷히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될 때까지도 그랬다.
그런데 10여 년 전, 우연히 서점에서 책표지가 예뻐 어린왕자를 집어들고 보게 되었다.
잠시 몇 장을 본 순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왕자가 아니었다.
애들이나 보는 동화책이 아니었다.
책에 씌어있는 글자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조각조각 흩어져서 제 멋대로 돌아다니더니 어느 순간 짝을 맞추고 나에게 튀어 올랐다.
계산대로 걸어가 책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서관, 학교, 어린이집, 심지어 애들있는 웬만한 집마다 한 권씩 있을 흔한 동화책을 다 큰 어른이 돈 주고 산 것이다.
그날 이후, 어린왕자를 가끔씩 읽곤 한다.
읽을 때 마다 물어본다.
어린왕자는 철학인가.
어린왕자는 문학인가.
그 때 마다 다르다.
어떤 때는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어떤 때는 아름다운 문학의 향기에 취하게 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인간이 남긴 최고의 위대한 책이다.
인류 역사에서 단 한권만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어린왕자를 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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