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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Saturday

작성 : MECABOIL 조회 수 : 664


나는 남들과 같은게 싫다.

아니 같아지는게 싫은 것이다.

그냥 막연히가 아닌 명료한 의식 속에 같아지는 것을 피하고, 나아가 두려워하기 까지 한다.

아마도 고등학교 무렵부터 였던 것 같다.

 

돌이켜 볼 때 내 자의식이 형성되고, 굳었던 시기는 고등시절 같다.

집안이 먹고 살만큼 풍족했기에,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기를 쓰고 공부하는 아이들이 우스워 보였다.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치고 멍청하지 않은 애들이 없었다.

그렇게 공부하면서도 애들이 받는 성적을 보면 한심하게 보였다.

첫 째도, 둘 째도 이해력인데, 주변의 애들을 보면 이해력이 너무 모자란 것이었다.

 

아무 걱정없던 고등학교시절.

칸트, 니체, 헤겔, 프로이드 등에 흠뻑 빠쪄 있었다.

원불교의 원사상과 크리슈나무르티, 라즈니쉬 등의 선사상에도 심취해 있었다.

그 주변의 누구와도 삶과 근본적관점에 대해 대화할 상대는 없었다.

 

니체, 프로이드, 라즈니쉬 모두 자아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르다.

큰 틀에서 자아는 무엇인가?

과연 자아가 있기는 한 것인가?

있다면 그 자아의 실체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니체, 프로이드, 라즈니쉬를 내려 놓았다.

그리고 자아에 대해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멍청한 친구들에게도 그들이 쉽게 알아 들을 수 있도록 말 해 주었다.

 

자아는 기억의 누적이다.

기억은 시각, 청각, 촉각을 통해 전달받은 정보의 기록이다.

자아의 견고함은 기억의 누적량에 비례한다.

 

만일 10명에게 기억되는 정보가 같다면 각 각의 자아가 다를 수 있을까?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태어난 아이 2명이 완전히 똑같은 조건에서 성장한다면, 그 2명의 자아는 다를까, 같을까?

같다.

차이는 유전자에 의해 주어진 조건에 반응값이 다르다는 것 뿐이다.

만일 유전자를 복제해서 태어났다면 2명의 자아는 그 마저도 완전히 같다.

자아는 결국 기억과 유전자인 것이다.

 

자아가 그렇다면 내 자신과 내 생각이라는게 무엇인가?

과연 내 생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불행히도 대부분 99.999%의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자아가 없다.

그들에게 '내 생각, 가치관' 등은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자아를 바탕으로한 착각일 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동일한 환경과 조건에 노출되고 제어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이 세상은 자신만의 자아를 성취하는 것을 좋아하지도, 용납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진정한 자신의 자아는 획득할 수 없는 것인가?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가능하며, 그 방법은 쉽지가 않다.

간단하다.

기억에 저장되는 정보를 매 순간 내가 취사선택하면 된다.

무의식적으로 남들과 같은 정보를 받아들이지 말고, 다른 정보를 선택해야 한다.

그것만이 진정한 자아를 획득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청개구리.

나는 남들의 말을 듣지 않으려 노력한다.

왜냐구?

바보들의 말을 듣고 있을 만큼 인생이 길지 않으니까.

내 선택이 불확실한 것은 맞지만, 죽음 앞에 때늦은 후회를 하는 바보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