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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Saturday


그런 날 아침이면 냉장고에서 필름 한 통을 꺼내들고 나선다.

운전하며 창 밖 하늘을 자꾸만 본다.

헤이즈가 없고 빛이 참 좋다.

바람에 떠 밀려가는 하얀 구름 조각들도 예쁘다.

기분이 참 좋다.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 마시며, 필름을 장전한다.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가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근처 작은 동산, 벼가 익어가는 넓은 평야를 지나 길 옆 작은 구멍가게 평상에 앉았다.

구멍가게의 허리 굽은 할머니와 인사를 한다.

딱히 목적지도 없이, 시선이 머무는 곳을 헤메다 돌아온다.

 

사진을 좋아한다.

천천히 그러나 뜨겁게 시간 속으로 녹아들기 때문이다.

필름을 좋아한다.

멈춰버린 시간 속 외로움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종된 옛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과거가 아닌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기억들, 바로 그것이 미래를 잉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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