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01 23:46
그런 날 아침이면 냉장고에서 필름 한 통을 꺼내들고 나선다.
운전하며 창 밖 하늘을 자꾸만 본다.
헤이즈가 없고 빛이 참 좋다.
바람에 떠 밀려가는 하얀 구름 조각들도 예쁘다.
기분이 참 좋다.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 마시며, 필름을 장전한다.
카메라를 메고 밖으로 나가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근처 작은 동산, 벼가 익어가는 넓은 평야를 지나 길 옆 작은 구멍가게 평상에 앉았다.
구멍가게의 허리 굽은 할머니와 인사를 한다.
딱히 목적지도 없이, 시선이 머무는 곳을 헤메다 돌아온다.
사진을 좋아한다.
천천히 그러나 뜨겁게 시간 속으로 녹아들기 때문이다.
필름을 좋아한다.
멈춰버린 시간 속 외로움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종된 옛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과거가 아닌 기억들이기 때문이다.
기억들, 바로 그것이 미래를 잉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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