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년 12월 06일 Friday

파주 장단콩 순두부

2019.07.24 22:21

작성 : MECABOIL 조회 수 : 81


파주에 올라갈 일이 있었다.

아침에 파주 거래처를 만나고, 11시에 서울 은평구에서 동생을 만나는 일정이었다.

9시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좀 일찍 도착하여 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있었다.

 

시간도 남았고, 뭔가 요기를 할까 했는데 마침 순두부집이 눈에 띄어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식당은 텅 비어 있었고, 이제 방금 장사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내가 첫 손님이었다.

주방에서 분주히 일하시던 여주인에게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다.

 

타지에서 간단히 요기나 할 요량으로 시킨 음식이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전라북도 사람인 나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각 지역별로 맛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매일 먹는 서민들 한 끼 식사에서 전라도의 기준치가 높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전국 각 지역 구석 구석을 돌아다녔던 경험은 이것이 틀리지 않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기에 출장길 타지에서 간혹 예상치 못했던 맛집을 발견하면 기쁨이 더욱 남다르다.

 

주문했던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솥밥과 생굴순두부찌개, 8천원이다.

별 다른 차림은 아니지만 깔끔한 차림이다.

눈에 띄는 것은 밥을 흔한 돌솥이 아닌 스텐솥으로 했다는 정도였다.

 

올려진 두부 한 조각을 먹었다.

음? 제법인데, 아니 맛있었다.

참 부드럽고 간이 잘 맞았다.

별 기대없는 타지 음식, 몇 숟가락 뜰 요량으로 비딱하니 다리 꼬고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의자를 당겨 앉았다.

 

순두부찌개를 먹어 보았다.

맛있다.

이건 맛있는 것이다.

어쩌면 전라북도 화심순두부찌개 보다 맛있다.

의외였다.

 

밥을 한 숟가락 먹었다.

놀라웠다.

내 50평생 이렇게 맛있는 밥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밥솥 안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뭔가 특별한 쌀이 아니고서야 이런 밥 맛이 날 수가 없다.

어떻게 이렇듯 찰지고 맛있는 밥이 있다는 말인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식당 여주인을 부르고 말았다.

주방에서 나온 여주인께 말했다.

"내가 전라도 사람인데 정말 맛있다. 전북에 유명한 화심순두부 보다 맛있다."며 칭찬하고 밥을 지은 쌀이 특별한 것인지를 물었다.

물 묻은 손을 앞치마에 닦던 여주인이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말하길, 자신도 전북 전주사람이며 화심순두부도 잘 안다고 하였다.

순간 여주인을 마주보며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주인이 맛의 고장 전주사람이란다.

타지에서 만난 의외의 맛에 놀라 커진 내 눈은 이내 미소로 바뀌고, 비밀은 풀렸다.

여주인께 덕담을 건네고, 사진 몇 장 찍어도 되길 허락 받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놓았던 수저를 들고 나머지 음식을 찬찬히 먹었다.

역시 비할데 없이 맛있는 밥, 생굴 때문인지 화심순두부 보다 더 맛있는 찌개, 개운한 뒷 맛의 묵은지까지 맛있게 먹었다.

 

8천원에 산 이른 아침의 행복.

파주의 장단콩 순두부찌개.

계산하고 길을 나서며, 오랫만에 타지에서 만난 맛집을 사진에 담았다.

 

인생의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진부한 화두이지만, 오늘 아침 순두부찌개 한 그릇에 담겨왔다.

영원할 것 같았던 동굴 속 어둠을 벗어난 첫 날.

더 이상 잃을 것이 있는가?

그 어떤 기대와 희망이 있다는 말인가?

만일 있다면 그것의 실체는 무엇인가?

없다.

문제는 살아있다는 것이다.

부질없는 계획들과 모든 것을 비웃는 도도한 시간의 흐름만이 각성케한다.

살아있다면, 또 살고있다면 반드시 다가 올 또다른 어둠이 있다.

무엇일까?

예상할 수도, 대처할 수도 없는 어둠을 받아 들여야 한다.

 

산다는 것은 기억을 만드는 것이다.

 

 

 

 

DSC_6755.jpg

 

DSC_6756.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