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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06일 Friday


* 6월 30일 밤 10시경 -

외출 후 돌아오는데 집 앞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작지만 계속 울어대는 소리에 집에 들어가려던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몇 미터 떨어진 곳, 자동차 밑이었다.

다가가 고개를 숙여 보니 아주 작은 새끼 고양이가 웅크린채 울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어미 고양이나 다른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몰라, 저 만치 떨어져 조용히 지켜보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어미 고양이는 보이질 않고, 새끼 고양이는 계속 울어대고 있었다.

다시 다가가 차 밑의 새끼 고양이를 보았다.

새끼 고양이는 웅크린채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한 번 살펴보려고, 무릅을 꿇고 엎드려 차 밑의 새끼 고양이를 꺼냈다.

꺼내려고 손을 뻗어 잡는데도 새끼 고양이는 도망가려 하지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손에 잡아 들고보니 정말 작았다.

가로등 불빛에 드러난 모습은 아직 젖도 못 뗀 2~3주 밖에 되지 않은 새끼였다.

게다가 그 작은 몸둥이가 어찌 말랐는지 가죽과 뼈 밖에 없었다.

도저히 그냥 놔두고 갈 수 없어 일단 집에 데려왔다.

 

방안 밝은 불빛에서 자세히 살펴보니 이제 눈 뜬 너무 어린 새끼였고, 너무 말랐다.

데리고 들여오니 울음은 그쳤는데, 몸을 제대도 가누지도 못하고 잘 서지도 못한다.

급히 물티슈로 대충 몸을 닦아주고, 서둘러 베개 솜과 수건으로 쉴 곳을 만들어 주었다.

보아하니 너무 못 먹은게 원인 같지만, 뭔가 먹일게 없었다.

너무 어린 탓에 사료나 다른 먹이는 못먹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사람이 먹는 우유를 주면 탈이 나기 때문에 절대 안된다.

필요한 것은 고양이 우유인데, 이 시간에 구할 곳은 없으니 아침을 기다려 동물병원에서 사와야만 한다.

일단 급한대로 따뜻한 물에 설탕을 조금 섞어 먹여 보았다.

그런데 신음소리만 낼 뿐 먹지를 못한다.

탈진증세 같다.

잘 가누지 못하고 축 처진 머리를 잡고, 입을 벌려 강제로 입안에 흘려 주었다.

몇 모금을 삼키더니 더 못먹고 이내 축 쓰러진다.

어쩔 수 없이 수건으로 몸을 덮어준 후 작은 종이박스로 새끼가 쉴 집을 만들었다.

급히 만든 종이박스 안에 넣어주니 쓰러져 누워있다.

현재시간 새벽 1시.

이제 날이 빨리 밝기를 기다려야 한다.

 

 

 

 

* 7월 1일 아침 8시경 -

밤새 설탕물 몇 모금 밖에 못먹은 고양이를 박스에 담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갔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동물병원 문앞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렸다.

9시30분이 되자 의사선생님과 직원들이 와서 문을 열었다.

들어가 접수를 하고 의사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곳저곳 상태를 살펴보더니 병에 걸린 것은 아니고 못먹어서 탈진상태라고 하였다.

역시 그랬었구나.

아기고양이 전용 초유를 물과 1대1로 섞어서 2~3시간 마다 먹이고 보살피면 호전될 수 있다고 하였다.

젖병을 스스로 빨지 못하고 못먹으면, 주사기에 넣어 강제급여 해주라고 하였다.

고양이 전용 초유와 젖병, 주사기 등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그나마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니 다행이다.

 

병원에서 돌아와 급히 초유를 젓병에 준비해서 먹여 보았다.

그런데 먹지를 못한다.

탈진할 정도로 배가 고플텐데 젓병을 물지를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주사기에 넣어 입을 열고 조금씩 흘려 넣어 주었다.

몇 모금 삼키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더 이상 먹지를 안는다.

억지로 넣어 주어도 입 밖으로 흘러나올 뿐 입을 굳게 닫는다.

작은 주사기가 용량이 30미리인데 겨우 반 정도 밖에 먹지를 못한다.

더 억지로 먹이면 안 될 것 같아 2~3시간 마다 먹이기로 했다.

조금씩 먹이다보면 나아지겠지.

 

유튜브를 찾아보니 새끼 고양이는 스스로 배변을 못한다고 한다.

우유를 먹이고 난 후 트림시키고, 배변할 수 있도록 살살 만져줘 배변을 시켜주어야 한다고 한다.

품에 안고 물티슈로 살살 만져주니 오줌을 쌋다.

이걸 모르고 있었으니 어제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오줌을 참았던 것인가.

오줌 쌔우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종이상자 고양이집에 다시 넣어 주니 몸을 뉘고 나를 쳐다본다.

조금은 마음이 놓이고 설레인다.

이대로 기운을 차리면 얼마나 좋은가.

2~3시간 마다 우유를 주고, 배변을 시켜 주어야 한다.

어제부터 한 숨도 못잤지만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 7월 1일 밤 12시 -

고양이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하루 종일 우유를 주고 보살피느라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나도 모르게 의자에 앉은 채로 잠이 들었나 보다.

고양이가 종이상자 밖으로 나와 있었다.

누워만 있던 아이가 책상 위에 앉아 있었다.

기쁘기도 했지만 일단 배고파서 그런가 싶어 급히 우유를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주사기 30미리를 모두 받아 먹었다.

희망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우유를 먹인 후 배변을 시키니 웬걸 똥을 싸는게 아닌가?

내 손바닥에 똥을 쌔워 받아들고도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그래, 이제 기운을 차려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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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일 밤 9시 -

조각 잠으로 버티며 보살피고 있었는데 저녁 무렵쯤 아이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밤 7시쯤 토하더니 변도 약한 설사를 하였다.

낮에는 곧잘 앉아 있기도 하였는데 쓰러져 눈을 감고 누워만 있다.

우유도 다시금 못받아 먹는다.

또 걱정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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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일 새벽 1시 - 

전혀 먹지를 못한다.

조금씩 몇 모금도 아니고 일체 받아 먹지를 못한다.

아예 쓰러져만 있다.

숨결도 색색거리고 약한 것만 같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미치겠다.

뭔가 잘못되고 있는게 아닌지 걱정이다.

잠 못자고 날새워 보살피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딱히 해줄게 없는 것이 더 무섭다.

다시 또 아침 일찍 병원에 가야겠다.

아가야, 병원 문 열 때까지 아무일 없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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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3일 아침 9시 -

간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아침 일찍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

상황을 말씀드리고 의사선생님의 검진을 기다렸다.

너무 약해져서 탈진해서 회복을 못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최소한의 먹이를 받아 들여야 하는데, 아이가 그 정도의 기력도 없다는 것이다.

강제로 먹인 우유를 몸에서 흡수를 못하고 토하거나 설사를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살 가망이 적다고 하였다.

조금 성장한 고양이라면 포도당 수액주사를 놔주면 회복할 수 있는데, 이 아이는 너무 어려 혈관이 작아 수액주사를 놓을 수 없다고 하였다.

듣고 있는 내내 멍하니 있었다.

침묵이 흐르고 잠시 생각하던 의사선생님이 포도당주사를 혈관이 아닌 피부에 놔준다고 하였다.

혈관으로 주사해야 하지만, 피부에 주사해도 일부 포도당을 조금은 흡수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회복하기를 비는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그나마 뭔가 조치를 해 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만일 이대로 회복을 못하면 얼마나 남았는지도 물었다.

오늘 하루 정도라고 했다.

그 동안 편안하게 해주면서 회복하길 바라자고 했다.

감사했다.

주사를 놔주고 아이를 안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종이상자 안에 넣어 놓으면 상태를 지켜볼 수 없기에 수건을 깔고 뉘어 놓았다.

초점없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숨소리가 가냘픈게 애처롭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해 줄 수 있는 것은 쓰다듬어 주는 것 뿐이다.

 

그런데 아이를 어루만져 주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숨을 쉬지 않는 것 같다.

엄습하는 불안감을 억누르며 아이를 살펴보고 확인해 보았다.

나를 쳐다보고 누워있는 그대로인데 숨을 쉬지 않는다.

코에다 귀를 대보고, 가슴에 손을 대보아도 숨 쉬지 않고 가슴이 움직이지 않는다.

따뜻한 체온 그대로이고, 눈도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

시간이 흘렀다.

1시간 정도.

그래도 숨을 쉬지 않는다.

 

분명 의사는 가망이 없어도 오늘 하루는 남았다고 했는데...

주사 맞고 집에 와서 아이가 숨을 거둘 때까지의 시간은 불과 20분 정도인데...

스쳐가는게 있었다.

의사가 포도당주사가 아닌 안락사 주사를 놔준 것은 아닌지...

왜...

내가 가망없는 아이로 인해서 힘들어할까 봐 그냥 안스러운 마음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

모르겠다.

 

아이는 나를 쳐다 본 채로 눈도 안감고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에 나를 쳐다 보며 어떤 감각이었을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을까.

나는 작별의 말도, 이별의 눈물도 건네지 못했는데...

이곳은 너희를 위한 조금의 배려도 작은 관심도 없는 세상이란다.

태어난지 2주 밖에 안된 너는 엄마를 잃은 채, 그날 밤 살려 달라고, 살고 싶다고 울었지.

조금만 일찍 발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떠나 보내야 할 시간이다.

자기들 고양이별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마지막을 준비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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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일 오전 11시 -

눈을 뜬채 떠난 아기 고양이의 눈을 감겨 놓았다.

몸이 편안한 자세로 굳도록 잘 눕혀 놓았다.

아이가 담겨 떠날 깨끗한 상자를 준비했다.

집 밖에서 이름 모를 꽃을 따고 장난감 방울도 가져왔다.

상자에 아이를 눕히고 꽃과 방울을 넣어 주었다.

상자를 닫기 전 마지막 아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원래 아이가 회복하고 잘 자라면 성장과정을 추억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 두고 있었는데 참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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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일 오후 12시 30분 -

아이를 묻어 줄 곳을 생각했다.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장소로 결정했다.

평소 산책을 자주하던 곳이다.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의 야산이며, 아이가 잠든 장소가 훼손될 우려가 없는 곳이다.

가끔 산책을 하며 아이를 볼 수 있는 그곳이 좋을 것 같다.

 

차 옆자리에 아이를 싣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꽃집에 들러 장미꽃 2송이를 사고, 아이를 묻을 삽도 구했다.

태어난지 2주이기에 2송이를 샀다.

 

장소에 도착해 아이를 묻었다.

담배 한 개 피워 물었다.

들판 가득 초록이 눈부시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왜 이렇게 억울하고 눈물이 나는걸까.

 

올 해는 마른장마란다.

 

아기고양이, 미안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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